올바른 통상임금 기준 정립을 위한 한국노총 기자회견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내일 대법원에서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통상임금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리게 됩니다.

통상임금 문제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통상임금문제에 관한 노동자들의 관심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희 노동계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아니, 1800만 임금 노동자들의 생각은 똑같습니다.

대법원에 요구합니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이 내렸던, 판결을 존중해 주십시오. 정치적 사고가 반영된 것이 아니라 대법원 청사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처럼 두 눈 똑바로 뜨고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판결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대법원은 95년 전원합의체의 ‘모든 임금은 노동의 대가’라는 판결 이후, 1개월을 초과하여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과, 일정한 요건을 갖춘 노동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였습니다.

지난해 3월 대법원 판결의 취지도 근무기간 등을 고려하여 차별 지급된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이에 사용된 법리 또한 일정한 요건을 갖춘 노동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금원은 통상임금이라는 기존 대법원 판결을 따르고 있습니다.

비록 이름을 달리하지만 각종 자격수당, 위험수당, 근속수당 등이 위 조건을 충족하여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수없이 누적되어 왔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노동자 여러분

통상임금이라는게 뭐겠습니까? 연장, 야간, 휴일 근로에 대한 보상을 위해 사전적, 수단적으로 마련한 개념입니다.

사용자가 임의로 통상임금을 작게 조작한 결과 연장, 야간, 휴일 근로에 대한 대가가 평일 소정 근로에 대한 임금보다 더 적습니다.

우리 법원은 그동안 판결로서 이 모순된 사실을 뒤집고 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대가인 임금을 제대로 보호해야한다는 뜻을 꾸준히 밝혔습니다.

경영계는 고정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므로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경영계의 주장대로 하면 돈을 빌려간 채무자가 갚을 돈이 없기 때문에 채권자의 청구를 기각해 달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경영계는 수십조의 부담을 언급하지만 정작 소송이 아닌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사업장이 훨씬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의 사례들을 보면 설사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노동자들은 일시불이 아니라 회사 사정에 따라서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장래 임금 인상에 반영하거나 아예 일부를 반환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바야흐로 통상임금 소송이 중요한 분기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통상임금 사건은 개별사건 하나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사회가 법치주의로 갈 수 있는지를 가늠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행정부 우위의 사회에서 벗어나 사법부와 입법부가 존중받을 수 있는 시대로 전환될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헌법에서 명명한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게 되는지 많은 노동자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작은 방론에 불과합니다.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사법부가 대한민국에 법치주의가 살아 있음을 의연하게 천명하리라 굳게 믿습니다.

또한 노동자들의 땀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수 있도록 통상임금의 올바른 기준을 다시 한번 명명백백하게 밝혀 주리라 기대합니다.

이참에 우리는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여 행정해석을 변경할 것을 요구합니다.

국회 또한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살려 임금구조의 단순화와 안정화를 위한 입법활동을 전개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지금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가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내수를 통해 그 탈출구를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노동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증대시켜 소비를 촉진시키고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밝히는 바입니다.

뿐만 아니라 통상임금의 확대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장시간 근로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여 실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9월 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